“실업급여가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더 높은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에는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명의 28%인 45만3천명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세후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하한액의 역전 현상을 ‘실업급여 하한액 축소 또는 폐지’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가 주요 근거다. 노동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자료인데다, 애초 이런 ‘역전 현상’을 두고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가 아니라 낮은 임금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 주장의 근거가 된 노동부 자료를 보면, 노동부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을 179만9800원, 최저 월 실업급여를 184만7040원으로 계산했다. 실업급여는 실업 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한다. 다만 하한액(최저임금의 80%, 일 6만1568원)을 정해뒀다. 둘을 한 주 8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한달 임금으로 환산해 비교했을 때 세후 최저임금이 한달(30일치) 실업급여 하한액보다 적다는 의미다. 이런 역전 규모가 28%에 이른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세후’ 임금 산정 방식이 우선 문제가 된다. 노동부는 근로소득에서 원천징수되는 세율(국세, 지방(소득)세, 4대 사회보험료)을 10.3%로 일괄 적용했다. 최저임금(201만580원)에서 이를 빼면 세후 임금액은 179만9800원이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는 소득세율이 현저히 낮고 정부가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납입액의 80%를 대신 내주는 두루누리 사업 지원을 받기도 한다. 두루누리 지원을 받은 뒤 세율은 약 6.1%로, 세후 월 근로소득은 188만6660원으로 오른다. 최저 월 실업급여보다 많아 역전 현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두루누리 사업 지원을 받은 노동자는 약 77만명이다.
하한액 적용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각종 공제제도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려되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대 보험 정부 지원금, 공제제도 등을 고려해 역전 비율을 산출하지 않았다”며 “세액공제는 공제금액을 시간이 지나서 받으므로 당월 소득이 아니라고 봐 포함하지 않았고, 지원금도 소득이기 때문에 두루누리 지원금 등을 월 근로소득에서 뺐다”고 말했다. 세후 소득이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역전 현상’이 확실히 벌어지는 구간도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 하루 4시간(1주일 20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다. 일하는 시간이 적어 하루 임금이 줄어들수록 나중에 실업급여도 줄어드는데, 그 최소 액수는 하루 4시간(3만784원, 2023년 기준)치이다. 다만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 가운데 여기 속하는 노동자는 많아야 5% 정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초 정부와 여당이 역전 현상을 들어 실업급여 하한액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역전 현상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최저임금의 80%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라며 “이를 실업급여 하한액을 깎는 의도로 언급하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주장”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