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파업] 부산 의료 현장 ‘퇴원 대란’
11일 부산대병원 218명 퇴원
지난주보다 28% 증가, 병상 ‘텅텅’
70대 환자 “옮기면 또 검사” 분통
부산시 비상진료대책 상황실 운영
전국보건의료노조가 13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부산대병원을 포함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대거 퇴원하는 등 혼란한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환자는 갑작스런 퇴원 요청에 불만을 드러냈다. 부산시는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오후 1시께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퇴원 절차를 밟는 환자들이었다. 평소 같으면 점심시간 전에 환자의 퇴원 수속이 끝났겠지만 파업을 하루 앞두고 퇴원 환자가 워낙 많은 탓에 이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속을 밟으려는 환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배우자의 폐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서 모(76) 씨는 정밀 검사 결과도 받지 못한 채 병원에서 쫓겨 나간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 씨의 배우자가 입원한 병실에는 모두 6명이 있었지만 중증 화상 환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씨는 병원을 옮기고 싶지 않지만 파업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다른 병원을 알아봤다. 그는 “집과 가까운 부산성모병원으로 가고 싶지만 거기도 파업 때문에 입원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다른 병원에 가면 똑같은 진료, 검사를 또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쓸개 절제술을 받고 입원한 이 모(71) 씨도 수술 이후 갑작스럽게 퇴거 통보를 받았다. 파업으로 다른 병원 입원이 어려운 탓에 이 씨는 집에서 휴식하기로 하고 퇴원 수속 절차를 진행했다. 이 씨는 “보통 쓸개를 자르면 3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는데 어제 수술하자마자 병원에서 나가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다른 병원을 찾기는 어려워 약을 처방받아서 집에서 쉬려고 한다”면서 “나는 2~3일 일찍 퇴원하는 셈 치면 되지만 다른 큰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는 너무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퇴원하지 않는 환자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류종현(84) 씨는 “내가 입원했던 병실은 중증 환자가 모인 6인실이었다. 여기서 일부는 병원으로부터 퇴원하라는 권유를 받고 급하게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면서 “파업 소식에 다른 환자나 보호자도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을 앞두고 퇴원 환자가 속출하자 병원 직원들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입원병동에서 빈 병실을 치우던 한 직원은 “갑자기 퇴원하는 환자가 많아져 청소량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전반적으로 병원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동참하는 부산의 의료기관은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해 11곳으로 파악됐다. 부산대병원, 부산의료원 등을 포함해 병원 9곳과 부산적십자사 남부혈액검사센터, 부산혈액원이 파업에 참여한다.
시는 이번 파업으로 부산대병원, 부산의료원 등에서 외래·입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1일 부산대병원의 퇴원 환자는 218명으로 지난 주보다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고 파업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등에서 퇴원한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북적이는 모습이지만 현재까지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의료기관에 한해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실시간으로 파업 상황이나 응급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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